2025년 양봉 기자재 지원 사업, 꿀벌과 농가 모두를 위한 정책
양봉은 단순한 벌꿀 채취를 넘어, 생태계와 농업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산업입니다. 꿀벌은 다양한 과일과 채소의 수분을 담당하며, 그 존재 자체가 인간의 식량 체계와 직결됩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꿀벌의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이와 관련된 산업과 생태계에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양봉 농가는 기후 변화, 병해충 증가, 농약 피해, 기자재 노후화 문제까지 겹쳐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가운데 정부가 2025년부터 양봉 기자재 지원 사업을 확대하면서 양봉 농가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작은 규모의 양봉장을 운영하는 귀농인으로서, 이번 지원 사업을 신청하고 그 효과를 직접 체감하고 있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1. 양봉 기자재 지원이 실제 농가에 주는 변화
양봉은 보기보다 많은 기자재와 장비를 필요로 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벌통은 물론, 벌을 관찰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개폐형 덮개, 채밀을 위한 전동 채밀기, 설탕물 또는 사양액을 공급하는 자동 사양기, 여왕벌 관찰 도구, 방충 장비, 채밀 후 꿀을 보관하는 저장통, 심지어 이동을 위한 트레일러나 냉장 보관함까지—하나하나 장만하려면 부담이 상당합니다. 특히 벌을 처음 시작한 농가나 귀농인은 이러한 기자재를 모두 갖추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됩니다. 저 역시 초기에는 중고 채밀기와 플라스틱 벌통으로 시작했습니다. 겉보기에는 멀쩡했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면 꿀이 새거나 온도 조절이 어려워 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수확량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기곤 했습니다.
2025년부터 시행된 양봉 기자재 지원 사업은 저 같은 소규모 농가에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저는 관할 지자체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사전 심사와 현장 확인을 거친 뒤 스테인리스 채밀기와 자동 사양기를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에는 꿀을 손으로 직접 짜내는 수작업이 하루 종일 걸렸지만, 이제는 전동 채밀기를 사용해 작업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무엇보다 위생 상태가 개선되어 꿀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기존 고객들로부터 꿀이 예전보다 더 깔끔하고 향이 깊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또한 자동 사양기의 경우, 정해진 시간마다 일정량의 사양액을 공급해 주기 때문에 벌들의 생체 리듬이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벌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군체 유지율도 높아졌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수분 조절이 중요해지는데, 자동 사양기는 온도 변화에도 대응이 가능해 매우 유용했습니다. 지원받은 기자재 덕분에 올해는 작년보다 꿀 생산량이 30%가량 증가했고, 무엇보다 벌들의 활동성이 좋아졌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단순한 장비 하나가 농사의 전반을 바꿔놓는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2. 지원 사업 절차, 대상, 그리고 느꼈던 아쉬움
양봉 기자재 지원 사업은 시·군 단위 지자체가 주관하며, 신청은 일반적으로 농업기술센터 또는 시청 축산과를 통해 이뤄집니다. 신청 조건은 농업경영체 등록 여부와 일정 규모 이상의 양봉을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통은 벌통 10통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 1년 이상 양봉을 운영해 온 이력이 있으면 신청이 가능합니다. 일부 지역은 청년 농업인이나 귀농인에게 가점을 주는 방식도 시행하고 있어 다양한 계층에 기회를 주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제가 속한 시군의 경우, 지원 기자재의 종류는 총 10종 이상이었고, 품목에 따라 50~80%까지 지원 비율이 달랐습니다. 저는 채밀기와 사양기를 선택했지만, 다른 농가는 벌통, 보온 덮개, 방제용 분무기 등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신청 과정은 비교적 간단했으나, 사전 정보가 부족해 헷갈리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기자재 제조사 선정이 몇 개로 한정되어 있어 평소에 사용하고 싶던 브랜드는 구매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보조금은 선지급 방식이 아니라 사후 정산 방식이었기 때문에, 일단 개인 자금으로 기자재를 구매해야 했고, 이후 서류 심사를 거쳐 보조금을 돌려받는 구조였습니다.
서류 작업도 생각보다 까다로웠습니다. 구매 영수증, 거래 내역, 사진 자료, 기자재 성능 확인서 등을 하나하나 제출해야 했고, 몇몇 항목은 구비하지 못해 다시 현장 사진을 찍으러 간 적도 있습니다. 특히 고령 농가의 경우, 이런 행정 절차에 익숙하지 않아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고, 접수 기간이 짧아 정보를 늦게 접한 농가들은 선착순에서 밀려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향후 지자체의 적극적인 안내와 기간 확대, 통합 온라인 신청 시스템의 도입 등을 통해 개선될 수 있습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농정누리’ 포털을 통한 온라인 신청이 시범 운영될 예정이니, 이 부분에서 큰 변화가 기대됩니다.
3. 꿀벌을 살리는 정책,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언
양봉 기자재 지원 사업의 핵심 가치는 단순한 농가 보조를 넘어, 꿀벌 생태계 보호라는 점에 있습니다. 꿀벌은 생태계에서 식물의 수분을 돕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전 세계 농작물 중 약 70%가 꿀벌을 포함한 수분 매개체에 의존하고 있으며,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의 식생활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10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꿀벌 폐사가 급증하고 있으며, 겨울철 한파나 여름철 고온, 살충제, 병해충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기자재 지원은 이러한 문제 해결의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예를 들어, 최근 지원받은 ‘내부 온도 조절형 벌통’은 여름철 꿀벌의 폐사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내부에 단열재와 환기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어, 기온이 35도를 넘더라도 내부 온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이 덕분에 작년 대비 여름철 폐사율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장비는 ‘디지털 군체 모니터링 장비’였습니다. 이 장비는 벌통 내부의 온도, 습도, 벌의 이동 패턴 등을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덕분에 갑작스러운 문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 꿀벌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책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기자재의 실제 효과성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농가가 어떤 장비가 실제로 유용했는지를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후속 설문조사나 사용자 리뷰 기반 데이터베이스가 운영된다면 훨씬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지속적 예산 확보와 지원 확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는 예산 한도 내에서 선착순 지원이기 때문에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셋째, 청년 양봉인과 중소 농가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합니다. 기자재뿐 아니라 교육, 컨설팅, 유통망 연계까지 통합적으로 운영된다면 양봉 산업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25년 양봉 기자재 지원 사업은 말 그대로 '정책다운 정책'입니다.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저 같은 소규모 양봉 농가에게는 단순한 장비 한두 개가 아닌,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희망과 지속성을 제공한 정책이었습니다. 더 많은 농가가 이러한 기회를 통해 자신 있게 양봉에 도전하고, 꿀벌과 함께 건강한 농촌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참고문헌
- 농림축산식품부 (2025). 「양봉 기자재 지원 사업 시행지침」
- 한국양봉협회 (2024). 「양봉 산업 현황 및 정책 제안 보고서」
- 기후농업연구소 (2023). “기후변화에 따른 꿀벌 생존율 변화와 대책.” 『농업환경논집』 31(1), 42-61.
- 농업기술센터 지역정책팀 인터뷰 자료 (2025, 3월 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