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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원수 식재 지원 사업의 구조와 미래 확대 방향

by 냥코냥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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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원수 식재 지원, 꿀벌과 농업의 미래를 심는 정책

“올해도 꿀 수확이 예년만 못하네요.”
양봉을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수확철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말입니다. 꿀 생산량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꿀벌이 꿀을 따올 꽃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기후 변화, 농촌의 고령화, 개발로 인해 야생 밀원이 사라지고 있고, 꿀벌은 점점 먹이를 구하지 못해 굶고 죽어갑니다. 벌이 죽으면 꿀도 줄어들고, 나아가 과일과 채소의 수분 활동도 위협받습니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가장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가 바로 밀원수(蜜源樹) 식재 지원 정책입니다.
저는 충북에서 소규모 양봉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 이 밀원수 식재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정책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고, 실제 농가에는 어떤 도움이 되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를 제 경험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밀원수 식재 지원 사업

 

1. 밀원수 식재 지원은 왜 필요한가?

꿀벌은 꽃에서 꿀과 꽃가루를 모읍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봄에는 꽃이 너무 일찍 피고, 여름에는 가뭄으로 꽃이 제대로 피지 않습니다. 게다가 농촌 곳곳에서는 개발과 도로 확장으로 인해 들꽃과 나무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벌이 날아다닐 수 있는 반경은 보통 2km 내외인데, 그 안에 충분한 굴원이 없다면 군체가 약해지고 꿀 생산량도 줄어듭니다. 실제로 제 양봉장에서도 2022년 대비 2023년 꿀 생산량이 35% 감소했습니다. 벌은 살았지만, 배를 곯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는 밀원수 식재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밀원수란 꿀벌이 좋아하는 꽃이 피는 나무를 뜻하며, 대표적으로 아까시나무, 밤나무, 백합나무, 헛개나무, 쉬나무, 싸리나무 등이 있습니다. 이 나무들은 봄부터 초여름까지 순차적으로 꽃을 피우며 꿀벌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 됩니다.

2024년부터 저는 군청 지원을 받아 헛개나무 묘목 50주를 양봉장 주변에 심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꽃을 더 많이 피우자는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결과는 매우 놀라웠습니다. 이듬해부터 벌들이 주변을 더 오래 맴돌고, 스트레스 없이 채밀 활동을 하는 것이 눈에 띄게 관찰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꿀의 맛과 향이 예전보다 더 풍부해졌다는 이야기를 소비자로부터 들었을 때, 이 정책이 단지 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꿀 품질 개선에도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밀원수 식재는 생태적 가치와 농업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는 다목적 정책입니다. 꿀벌을 지키는 것이자, 동시에 우리 식탁의 과일과 채소, 곡물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2. 밀원수 지원사업의 구조, 신청 절차, 농가 체감 변화

밀원수 식재 지원은 보통 산림청, 농림축산식품부, 지자체가 공동으로 진행하며, 각 시군 산림과 또는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접수할 수 있습니다. 대상은 양봉농가뿐만 아니라, 친환경 농업인, 산지 소유자, 마을 공동체 등도 포함됩니다. 주요 지원 항목은 ▲밀원수 묘목 공급 ▲식재비 ▲관리비(초기 1~2년간 비료 및 관리지원) 등으로 구성되며, 일부 지역에서는 ▲관수 시설 설치까지 포함되기도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매년 초에 ‘밀원수 지원사업 공고’가 게시되며, 신청서를 제출하면 현장 조사를 거쳐 배정 수량이 정해집니다. 2024년에는 총 30 농가에 3,000주의 묘목이 공급되었고, 저는 50주를 배정받아 식재했습니다. 묘목은 산림조합에서 직접 공급하며, 식재 후 최소 3년간 관리 의무가 있습니다. 관리 상황은 연 1회 이상 실사를 통해 확인되며, 필요시 기술지도사나 산림 전문가가 방문하여 도움을 줍니다.

처음엔 걱정도 많았습니다. 비료는 어떻게 주고, 초목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군청에서 제공한 간단한 교육 자료와 현장 방문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벌들이 외부로 나가는 활동이 줄어들면서 군체 스트레스가 줄고 생존율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꿀벌은 외부에서 꿀을 찾느라 과도한 에너지를 쓰게 되면 체력이 약해지고 수명이 줄어듭니다. 밀원수가 가까이에 있다면 그런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사업은 지역사회 연계 효과도 큽니다. 같은 마을 양봉인들과 함께 식재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보도 교류되고, 서로의 군체 상태를 비교하며 방제법이나 채밀법에 대한 대화도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덕분에 작년엔 벌통 수를 늘릴 수 있었고, 꿀 수확량도 예년보다 20% 이상 증가했습니다.

 

3. 밀원수 사업의 보완 과제와 미래 확대 방향

밀원수 식재 지원 사업은 매우 유의미한 정책이지만, 여전히 몇 가지 보완 과제가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묘목의 품질 관리 문제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양호한 묘목을 공급받았지만, 다른 농가에서는 병든 묘목이나 뿌리 상태가 좋지 않은 수종을 받아 문제가 생긴 사례도 있었습니다. 묘목 품질은 식재 후 생존율에 직결되므로, 산림조합이나 위탁 공급업체의 사전 검수 및 사후 책임 제도 강화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장기적인 유지관리 체계의 부족입니다. 현재는 식재 초기 12년간 관리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후에는 전적으로 농가에 부담이 전가됩니다. 밀원수는 초기에 뿌리를 내릴 때까지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 35년이 지나야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때문에 단기적 성과 중심의 정책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5년 단위의 중장기 밀원수 관리 계획지속적인 기술지원 체계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밀원수의 지역별 적합성 부족입니다. 지역별 기후나 토양에 따라 적합한 수종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획일적인 품종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부 지역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아까시나무보다 백합나무가 더 생존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별 맞춤형 수종 선별지역 특화 모델 개발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정책은 양봉인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과제입니다. 꿀벌은 한 지역의 모든 생태계를 오가며 활동하는 만큼, 산주, 지자체, 학교, 공공기관, 시민사회가 함께 밀원 공간을 조성하고 돌보는 참여형 생태 프로젝트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일부 도시에서는 공원, 학교 주변에 밀원수를 식재하는 ‘도시밀원지 조성 사업’이 시범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벌뿐만 아니라 사람의 삶도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밀원수 식재 지원은 단지 벌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식탁과 생태계,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뿌리를 심는 일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이 정책은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고, 벌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지금 심은 나무는 몇 년 뒤 꽃을 피우겠지만, 그 꽃은 단지 꿀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존의 미래를 향한 약속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이 정책이 확대되고, 농가와 행정,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생태 네트워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꿀벌은 작지만,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심고, 어떻게 돌보느냐에 따라 생명과 미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참고문헌

  • 산림청 (2024). 「밀원수 식재 지원사업 운영지침」
  • 한국양봉협회 (2023). 「꿀벌 생존율 향상을 위한 밀원식물 관리 방안」
  • 충북 진천군청 산림과 밀원수 지원사업 자료 (2024)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후변화와 꿀벌 생태.” (2023)
  • 현장 인터뷰 및 양봉농가 협의회 회의록 (2024~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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