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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인의 할랄 인증 및 수출 지원 제도와 농가의 역할

by 냥코냥 202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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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인의 할랄 인증 및 수출 지원: 꿀벌에서 세계로 뻗는 가능성

“국산 꿀이 이렇게 맛있는데, 왜 해외에는 잘 안 나갈까요?”
제가 양봉을 시작한 지 어느덧 7년이 넘었습니다. 꿀 수확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듭니다. 특히 소비가 줄어드는 겨울철, 팔리지 않은 꿀을 창고에 쌓아두면서 ‘이 좋은 꿀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릴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이 할랄(Halal) 인증정부의 수출 지원 사업이었습니다.
중동과 동남아,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할랄 인증’이 없으면 식품 수입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국산 벌꿀의 수출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관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할랄 인증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과, 정부가 양봉인을 위해 어떤 수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양봉인의 할랄 인증 및 수출 지원 제도

 

1. 왜 벌꿀에도 할랄 인증이 필요한가?

할랄(Halal)은 ‘허용된’이라는 뜻을 가진 아랍어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먹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에 부여되는 인증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기나 음료처럼 특정 제조과정이 중요한 식품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하지만, 꿀도 예외는 아닙니다. 벌이 꽃에서 꿀을 채집했어도, 가공 과정에서 알코올이 사용되거나, 저장 중 부적절한 위생 관리가 있었다면 할랄 기준에 부합하지 않게 됩니다.
특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는 할랄 인증이 없으면 관세 특혜를 받을 수 없고, 유통사나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동남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할랄 인증’을 위생과 품질을 보장하는 상징처럼 인식하기도 합니다.

저는 2023년,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할랄 인증 및 수출 설명회’에 우연히 참석하게 되었고, 국산 꿀의 가능성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당시 한 수출 전문가는 “국산 꿀은 품질은 좋은데 인증과 포장 때문에 해외 바이어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실제 제 꿀을 말레이시아 시장에 소개해 보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할랄 인증기관(한국이슬람교중앙회 등)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벌꿀 생산 과정, 채밀, 보관, 포장 등 전 과정에 대한 위생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저는 벌통 관리, 채밀기 소독 방법, 포장재 내재성분 등에서 일부 지적을 받아 보완 작업을 거쳤습니다. 인증 심사까지 약 3개월이 걸렸고, 비용은 전체 기준으로 약 150만 원 선이었습니다. 물론 금액만 보면 부담이 크지만, 이를 통해 꿀의 위생관리에 대한 눈높이가 한층 높아졌고, 소비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신뢰’를 갖게 된 점에서 매우 큰 가치가 있었습니다.

 

2. 정부와 지자체의 수출 지원 제도, 어떻게 활용하나요?

할랄 인증만 받는다고 수출이 되는 건 아닙니다. 해외 시장은 정보력, 물류력, 마케팅력이 모두 필요합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정부의 수출 지원 정책입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와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양봉 농가를 포함한 농식품 소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참여했던 지원사업은 **‘농식품 수출바우처’**와 **‘수출경쟁력 제고 사업’**입니다. 수출바우처는 수출용 포장 디자인 개선, 번역, 외국어 마케팅 홈페이지 제작, 바이어 초청 상담 비용 등을 일부 지원해 주는 제도입니다. 제가 바우처를 통해 제작한 ‘말레이어’ 라벨 포장과 제품 소개 브로셔는, 이후 현지 바이어와 상담할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지자체 수출지원센터에서도 꿀 농가를 위한 물류비 일부 지원, 무역상담회 참가 지원, 통역사 제공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4년 여름, 저는 충청북도 수출상담회에 참가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UAE 바이어들과 직접 제품을 소개하고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그때 느낀 점은 하나였습니다. 우리 꿀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 ‘알리는 힘’이 부족했을 뿐이라는 점입니다.

이 밖에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통해 현지 시장 조사, 수입 제도 안내, 통관 규정 정보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고, 필요시 현지 파트너사 매칭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특히 통관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KOTRA 해외지사에서 직접 도움을 받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제도를 알지 못했다면, 저는 아직도 국내 유통에만 의존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정보는 곧 기회이며,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생각보다 수출은 멀지 않은 일입니다.

 

3. 실질적인 수출 확대를 위한 보완 과제와 농가의 역할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합니다. 첫째는 수출을 염두에 둔 초기 생산 기준의 부재입니다. 대부분의 양봉 농가는 국내 판매를 기준으로 생산과 포장, 위생관리를 설계하기 때문에, 수출 시 요구되는 기준에 맞추려면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출형 양봉 매뉴얼을 만들어 농가에 보급하고, 수출 예정 농가에게는 사전 점검과 컨설팅을 통해 보완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는 물류비 부담입니다. 특히 소량 생산 농가의 경우, 해외 운송 비용이 제품 원가를 압도할 수 있습니다. 저는 EMS 국제특송으로 샘플을 보냈는데, 2kg 꿀 세트가 8만 원이 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별 농가가 수출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지역 단위 공동물류센터를 설립하거나, 수출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 배송 및 창고 운영 체계를 마련해야 실질적인 물류비 절감이 가능합니다.

셋째는 지속적인 바이어 관리와 브랜드 구축입니다. 한 번 인증을 받고, 한 번 바이어와 상담한다고 해서 수출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지와 반복이 중요합니다. 바이어와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제품 샘플을 꾸준히 보내며, 새로운 패키지나 활용법 등을 소개해야만 거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농가는 단순한 ‘생산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브랜드 운영자’로 변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농가의 의지와 준비된 자세입니다. 아무리 많은 제도와 지원이 있어도, 본인이 할랄 인증의 의미를 모르고, 해외 시장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모든 기회는 무용지물입니다. 저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언어의 벽, 복잡한 서류, 인증 비용 부담 등 많은 장벽 앞에서 주저한 순간도 있었지만, 도전하고 나서야 보이는 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은 생각보다 멀지 않았습니다.

 

국산 벌꿀은 이미 품질 면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증명하고, 세계에 소개할 수 있는 인증과 제도적 뒷받침, 그리고 농가의 주체적 도전이 함께해야 합니다. 할랄 인증은 그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의 수출 지원은 그 여정을 이어갈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제가 경험한 수출 도전은 아직 작은 시도에 불과하지만, 분명한 변화였습니다. 벌들이 수백 송이 꽃을 오가며 꿀을 모으듯, 양봉인도 수많은 시도와 준비 끝에 결실을 맺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꿀벌이 모은 정성 가득한 국산 벌꿀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소비자의 식탁에 오를 때입니다. 그 시작을, 바로 지금 우리 양봉인이 만들어 가야 할 때입니다.

 

※ 참고문헌

  • 농림축산식품부 (2023). 「농식품 수출 확대 전략」
  • 한국이슬람교중앙회 (2024). 「할랄 인증 신청 절차 안내」
  •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4년 수출바우처 지원사업 운영지침」
  • KOTRA 수출지원센터 (2024). 「농식품 수출 실무 매뉴얼」
  • 현장 인터뷰 및 양봉 농가 해외수출 간담회 회의록 (2023~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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