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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 및 수정벌 보급 사업 정책과 필요성

by 냥코냥 2025.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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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 및 수정벌 보급 사업: 생태계와 양봉농가를 동시에 살리는 전략

양봉의 핵심은 ‘벌통’이 아니라 ‘여왕벌’입니다. 여왕벌은 벌집의 중심이자, 군체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여왕벌은 수천 마리의 일벌과 수벌을 생산하며, 군체 유지와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와 질병, 유전자 다양성 감소 등의 문제로 인해 국내 양봉 농가의 여왕벌 자급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품질 저하와 경제적 손실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여왕벌 및 수정벌 보급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양봉 기반 조성과 양봉인의 소득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작년부터 이 사업에 참여한 양봉농가로서, 이 제도의 실효성과 보완점을 직접 체험하며 얻은 내용을 바탕으로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여왕벌 및 수정벌 보급 사업

 

1. 여왕벌의 품질이 양봉 전반을 결정합니다

양봉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벌’이 그냥 벌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몇 해 지나고 나서야 여왕벌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깨달았습니다. 여왕벌 하나가 전체 벌통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여왕벌은 하루 평균 1,000~2,000개의 알을 낳으며, 그 번식력과 건강 상태에 따라 일벌의 수, 꿀 수확량, 군체의 안정성 등이 결정됩니다. 특히 수정능력이 떨어지거나 병해에 취약한 여왕벌은 군체 붕괴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대부분 외국산 여왕벌이나 무작위 교배로 생성된 개체를 구매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 기후와 맞지 않아 활동성이 떨어지거나, 산란율이 낮아 벌통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와 관련된 문제를 겪은 농가들도 많습니다. 저의 경우도 외국산 여왕벌을 도입했다가 2개월 만에 군체가 와해된 경험이 있습니다. 일벌 수가 급격히 줄고, 꿀 생산량은 절반으로 떨어졌으며, 결국 해당 벌통은 폐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 여왕벌 보급 사업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어주었습니다. 2024년 하반기, 저는 지역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국산 개량 여왕벌 5마리를 공급받았습니다. 이 여왕벌들은 모두 국내 양봉연구소에서 체계적인 육종 과정을 거친 개체로, 기후 적응력과 산란능력이 뛰어났습니다. 실제로 도입 후 1개월이 지나자 군체의 안정성과 일벌 수 증가가 눈에 띄게 좋아졌으며, 같은 시기에 입식한 외국산 대비 꿀 생산량도 1.5배 이상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방제에 드는 비용과 노동력이 줄어든 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이 사업은 단순히 여왕벌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품종 개량기술 지원, 사후 모니터링까지 이어집니다. 매년 농촌진흥청과 협업하여 지속적인 품종 개선과 검정이 이루어지며, 각 지역의 환경에 맞춘 맞춤형 여왕벌 분양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품질 높은 여왕벌의 공급은 단지 벌통 하나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농가의 소득 구조 자체를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2. 수정벌의 보급이 군체 성장과 수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여왕벌만큼 중요한 존재가 바로 ‘수정벌’입니다. 수정벌은 단순히 여왕벌과 교미를 위한 수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정벌은 수정 능력이 우수하고 특정 특성(예: 강한 채밀력, 온순한 성격, 병해 저항성 등)을 지닌 일벌 중심의 보급형 군체를 의미합니다. 특히 수정벌 보급은 초보 양봉인이나 귀농인에게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초기 군체 구성에 필요한 시간을 대폭 줄여주며, 안정적인 양봉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저는 올해 봄 수정벌 보급 사업을 통해 총 10군을 분양받았습니다. 이 벌들은 일반 일벌과 달리 조직화된 군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초기 생존율이 95% 이상으로 높았습니다. 과거에는 벌통에 일벌과 여왕벌을 따로 넣어 군체를 조성하는 데 수주가 걸렸고, 그 과정에서 탈 봉 여왕벌 살해 등의 문제가 자주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보급형 수정벌은 그런 불안정성을 최소화한 상태로 공급되어 초기 정착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특히, 수정벌은 꿀 생산을 넘어 다양한 작물의 수분을 돕는 역할도 합니다. 저는 과수원 인근에서 양봉을 운영하고 있는데, 수정벌 도입 이후 인근 자두농가에서 수분율이 높아졌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이는 수정벌이 단순히 꿀만 채집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반경 내 꽃가루 수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더 나아가 수정벌 보급 사업은 단순한 양봉 소득 증대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 다양성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야생 꿀벌의 개체 수 급감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건강한 군체가 지역 생태계에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것은 지역 농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이 사업이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농촌의 생태 균형을 지키는 ‘녹색 인프라 구축 사업’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3.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농가의 주체적 참여 필요성

여왕벌 및 수정벌 보급 사업은 분명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지속성과 확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과제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농가의 자발적인 참여와 역량 강화입니다. 아무리 우수한 여왕벌이나 수정벌이 보급되더라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군체는 곧 약화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제 주변 농가 중 일부는 여왕벌을 분양받고도 초기에 제대로 된 사양과 온도 관리, 병해 방제에 실패해 군체를 손실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보급 이전에 기본 양봉 교육, 군체 생리 이해, 정기 컨설팅 등을 필수로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는 지속적인 품종 개량과 유전자 다양성 확보입니다. 현재 국내 보급되는 여왕벌은 일부 품종에 집중되어 있어, 장기적으로 유전적 편중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병해 저항력 감소, 환경 변화 대응력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급용 여왕벌과 수정벌의 유전자 풀을 넓히고,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품종 개발이 절실합니다. 최근에는 일부 연구소에서 토종벌 복원과 혼합 교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이러한 노력이 정책에 적극 반영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보급 대상의 형평성과 지역 간 격차 해소입니다. 일부 지역은 여왕벌 보급 수량이 풍부하고 교육도 잘 이루어지지만, 다른 지역은 여전히 정보 접근성이 낮아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고령 농가나 IT에 익숙하지 않은 농민들은 온라인 신청 시스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마을 단위 순회 교육, 전화 기반 상담 및 대리 신청 제도, 지역 담당자 지정 운영 같은 현실적인 접근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이 정책 주도형에서 농가 주도형으로 점차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농가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품종을 선택하고, 보급 이후의 경과를 공유하며, 스스로 품질을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체계를 만들 때, 비로소 이 정책은 생명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내년에는 직접 여왕벌을 육종 해보는 작은 실험을 계획하고 있으며, 주변 농가들과 공동으로 수분 활동 데이터를 수집해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여왕벌 및 수정벌 보급 사업은 단순히 몇 마리 벌을 공급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이는 곧 우리 농촌의 생명력을 되살리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미래지향적 시스템 구축의 시작입니다. 건강한 여왕벌은 꿀벌의 삶을 바꾸고, 꿀벌의 군체는 농가의 수익을 바꾸며, 나아가 지역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줍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이 정책은 분명 효과적이고 희망적인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정책이 진정한 가치를 가지려면 지속적이고 현실에 맞는 운영, 그리고 현장 농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양봉인이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꿀벌과 함께 살아가는 농업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기대합니다.

 

※ 참고문헌

  • 농촌진흥청 (2024). 「국산 여왕벌 육종 및 개량 성과 보고서」
  • 한국양봉농업협회 (2023). 「수정벌 도입이 농가 수익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 국립농업과학원 (2022). 「양봉산업 정책백서」
  • 지역농업기술센터 인터뷰 및 현장 자료 (2024–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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